백척간두 진일보 2

벼랑 끝으로 오라

벼랑 끝으로 오라 / 기욤 아폴리네르 그가 말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들이 대답했다 우린 두렵습니다 그가 다시 말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들이 왔다 그는 그들을 밀어버렸다 그리하여 그들은 날았다 ***** 저는 예전 사오십 대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절벽에서 용기있게 뛰어내리면, 정말 새처럼 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실행을 해볼까 말까 오랫동안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동양에서 절벽에 있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양 손을 모두 놓으라는 얘기나, 서양에서 절벽 가까이 다가온 제자의 등을 스승이 떠밀었더니 날개가 돋고 날았다는 얘기는 모두 거짓입니다. 마음속 생각으로 불안이나 두려움을 걱정하지 말고 모두 내려 놓으라는 뜻이지, 실제로 절벽에서 붙잡은 손을 모두 놓거나 또는 뛰어내리면 중상 ..

자유를 얻는 길

자유를 얻는 길 무 無에 의지하는 게 가능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무란 곧 신 神이기도 하고 절대자이며 전체이기도 하다. 반면 유 有 또는 유형 有形은 언젠가 사라지고 마는 영원하지 않은 부분일 뿐이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우리에겐 비빌 언덕이 없어야 한다. 물질적으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말이다. 정신적으로 비빌 언덕이 없을 때 우리는 매우 당황할 수 있지만, 그것마저 놓아버리고 받아들인다면 그때 우리는 자유와 평안이라는 언덕을 만나게 된다. 이게 바로 백척간두 진일보의 뜻이요, 벼랑 끝 나뭇가지에 겨우 매달린 한 손마저 놓으라는 비유이다. 실제로 신체적으로 그렇게 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상상 속에서 그렇게 하라는 얘기다. 서양에서 전..

깨달음의 서 2021.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