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51

바람처럼 자유로운

바람처럼 자유로운 / 신타 공중을 나는 날개만이 아니라 지상을 걷는 발이라 할지라도 모두가 자유로울 수 있음이다 날개가 없어서가 아니라 생각의 날개 스스로 펴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생각을 구속하기 때문이다 자유에 대한 소망 한 움큼 담아 '새보다 자유로워라'를 주문처럼 노래하던 젊은 시절 생각의 울타리 스스로 허문다면 새보다 자유로울 수 있음을 생각 없이 생각할 수 있음을 예전에 미처 몰랐을 뿐이다 새처럼 또는 새보다가 아닌 자유로움을 나는 더함도 덜함도 없이 생각 속에서 자유롭다 하늘도 땅도 없는 스스로 구속함이 없는 자리 시공이 없는 한바탕 꿈속 세상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자리 내가 거기 있음이다 허공을 스치는 바람처럼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

신작 詩 2022.05.17

용호정

용호정 / 김신타 산천경개 바라보며 시를 읊던 곳 요즘 말로 하면 용호 카페이려나 매천 선생의 절명시에 끓어오르는 우국충정 참기 어려웠던 선조님들 백 년 세월 지난 자리에 후손들이 모여 노래한다 통한의 지난 세월 잊지 않고 기억할지라도 역사의 분노 되새김질하는 어리석은 짓 반복하지는 말자 선조와 후손 모두의 아픔을 이제는 사랑으로 감쌀 일이다 섬진강 거슬러 오르는 적군 칼과 활로 대적할지라도 사랑 담아 목을 베고 사랑의 활시위 당길 일이다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내게 칼 휘두르고 활 쏘는 것임을 이제는 깨달아야 할 때이자 또한 스스로 사랑이 될 때 되었음이다

신작 詩 2022.05.04

빗소리

빗소리 / 신타 기와 강판에 떨어지는 봄비 4월이 가는 빗소리가 잔잔하다 낼모레 5월이면 세상은 온통 푸른 빛 이팝꽃을 비롯한 흰 꽃들 사이 잠시 흔들리던 연인은 장미꽃처럼 붉게 타오르고 세상엔 또다시 봄이 올 것이다 빗소리 들리는 날 나는 몇 번의 봄을 맞는다 매화 벚꽃 진달래 철쭉 모란 그때마다 봄은 피어난다 온 천지 흰 꽃으로 둘러싸인 채 여왕처럼 새봄을 맞는 장미꽃 골목마다 담장 너머 내다보는 여인들의 합창 듣게 되리라

신작 詩 2022.04.29

파도의 물빛

파도의 물빛 바다로 이어진 하늘 푸른빛에 한 줄기 구름 몇 가닥 전깃줄마저 여명이 그린 바닷가 풍경이다 어둠 남아있어도 밝아오는 일출의 시간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나만을 위하고자 하는 아상 我相 아상을 벗고자 오늘도 하얗게 파도처럼 부서진다 부서지고 부서져도 언제나 푸른빛 두려워 마라 두려워 마라 부서질수록 깊고도 맑은 물빛이리니

신작 詩 2022.04.18

어떤 문상

어떤 문상 / 신타 망자 앞에서 터지는 통곡 제 슬픔에 겨운 후회일 뿐 병실에 누운 환자 앞에서 눈물짓는 것과 같은 몸짓 아픔조차 안으로 삼키는 슬픔조차 먼 산 바라보는 통곡조차 바다에 뿌리는 마지막 헤어짐이고 싶다 가벼움과 황홀함에 잠긴 위에서 바라보는 영혼은 왜 우는지 알지 못하는데 지상에 남은 자만 슬프다 소리 지르고 울어대는 게 천명을 알지 못하는 거라 부인상에 노래 부른 장자 '장자' 외편에 나와 있단다 장자처럼은 아닐지라도 기쁨으로 배웅하고 싶다 고통과 시련 다 벗어버린 망자와 함께 축배를 들며

신작 詩 2022.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