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51

요천의 오후

요천의 오후 / 신타 여뀌 요 자를 쓰는 요천(蓼川) 바윗돌에 앉아 물 위에 뜬 오리를 그린다 윤슬 되어 반짝이는 햇살 찬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무리 지어 노니는 오리들 바라보는 나는 홀로 앉아 옷깃을 여미고 있다 다가가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거기 머물러 있는 바람에 밀려오는 물결처럼 물결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바람 쓸쓸한 삼월 어느 날 시로 그리는 요천의 오후 춘향교 위 햇살은 오늘도 그리움에 눈 부시다

신작 詩 2022.03.06

믿음 소망 사랑

믿음 소망 사랑 / 신타 낯선 곳에서 혼자라는 두려움이 서로에게 인연으로 다가왔으며 회전목마처럼 돌고 도는 계절은 샘물처럼 시작된 인연의 물줄기 운명의 물줄기로 바꾸어놓았다 만날 때에 헤어질 것을 염려하고 내일은 어느 쪽에서 바람이 불까 여전히 두려움을 넘지 못하는 채 헤어짐의 아픔을 생각하여 미리 헤어지고자 하는 어리석음의 꽃 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 백화점 막걸리 세 병 들고 기차역에서 처음 만난 사랑 인연을 넘어 운명적인 만남의 도도한 물결 또한 피할 수 없다 무슨 바람이 불지는 내일의 일 오늘은 물결 따라 흘러갈 뿐 부는 바람 따라 물결칠 뿐 물결도 바람도 안에서 내 안에서 일어난다 무엇을 밖으로 드러낼지는 저마다의 선택에 달린 일 의심과 불평의 물결 아닌 믿음과 감사의 심연에서 소망의 물결 드러낼 ..

신작 詩 2022.03.04

물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 신타 나답지 않다는 건 무슨 뜻일까 늘 지금인 삶이 되고 싶을 뿐 나다움에 머물고 싶지 않다 나이 들어가면서 우리는 미래를 기대하기보다는 현재를 바라보는 삶일 뿐 과거를 회상하는 삶도 미래를 기대하는 삶도 아닌 과거와 미래가 함께하는 현재를 흐르는 물처럼 바람처럼 머물지 않는 삶이 되리라 지금 내 삶을 살아가리라

신작 詩 2022.03.04

정월 대보름

정월 대보름 / 신타 50년도 더 지난 어린 시절 보름밥 얻으러 다닌다는 얘기 들어본 적은 있지만 직접 다닌 기억은 잘 나지 않는 추억 속의 보름밥 테이크 아웃 커피 통에 담아 손수 전달하는 선한 이웃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늘 혼자 보내는 점심시간이 정월 대보름 달처럼 환하다 찾아가는 서비스라는 말이 있듯 찾아오는 인정은 빛나고 아침 나절 내린 흰 눈 온 세상이 하얗다

신작 詩 2022.02.22

어둠 속에도 삶이 있다

어둠 속에도 삶이 있다 / 신타 밝은 곳뿐만 아니라 낯선 곳과 어둠 속에도 삶이 있다 귀신이나 사탄이란 다름 아닌 내면에 있는 두려움의 투영이다 우리 내면에 있는 두려움이 외부 세계에 비친 모습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귀신이나 사탄을 없애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없애는 용기를 깨닫는 일이며 모든 건 내면에서 나온다는 사실과 내면이 곧 무소부재하고 전지전능한 삶이자 나 자신임을 깨닫는 일이다

신작 詩 2022.02.13

빠루의 철학

빠루의 철학 / 신타 '빠루'는 '노루발못뽑이'여야 하고 '철학'은 '철학'으로 해도 되는가 먹물의 애국심은 이런 것인가 일본에서 '도카타'일지라도 우리나라에서 '노가다'로 바꾸어 쓰면 안 되는가 노가다 현장에서 먹물이 어쩌다 잡부로 일하는데 빠루 가져오라는 소리에 '노루발못뽑이' 말인가요 하고 묻는 사이 날아오는 빠루에 맞아 죽었다는 말 언젠가 노가다 다닐 때 들어본 적 있는 것도 같다 호랑이 담배 물던 시절쯤에

신작 詩 2022.02.07

지구

지구 / 신타 네게서 나온 뼈조차도 화석으로 만드는 너는 식탁이자 화장실이며 보석이자 쓰레기이다 네게서 자란 식탁에서 몸의 기운을 이어가고 네게서 캐낸 보석으로 온몸을 치장해온 나는 마음대로 파헤쳐 얻고 제멋대로 불평을 하는 늘 나를 지켜보던 너는 물과 불 바람의 땅에서 어쩌다가 한번씩 내게 가르침을 주기도 했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공존해야 살 수 있다는 번번이 가르침 받고도 또다시 부수고 세운다 공존을 잊고 나를 위해 너를 잊고 나만을 위해

신작 詩 2022.02.07

커피에 대한 기억

커피에 대한 기억 / 신타 대합실에서 옆에 앉아 마실 때는 커피 향으로 가득한 시간이었으나 차창 안의 너를 배웅하고 돌아설 때 문득 커피의 쓴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너와 함께 할 때 오늘은 충만함 가득한 날인 듯했으나 헤어지고 난 뒤 나는 대합실에 돌아와 너를 찾는다 너와 함께 했던 시간과 따뜻한 커피에 대한 기억 함께 할 때와 헤어질 때가 같지 않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러한 것처럼 손끝이 아리는 찬바람 한창인 겨울날이지만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기운 함께 할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 세상의 모든 존재가 자신과 함께 너와 나를 너와 나 또한 우리를 위해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므로

신작 詩 2022.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