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51

눈 내리는 겨울이란

눈 내리는 겨울이란 / 신타 산에 가려다 집에서 어정어정 지금은 창밖의 풍경 눈 내리는 겨울을 바라본다 일찍 나섰으면 산에서 맞게 될 눈 나는 무슨 미련이 남아 선뜻 나서지 못하는가 따뜻함과 편안함이 내 발목을 잡는 것일까 밖에 나서기만 하면 좋다는 걸 느끼면서도 바지 깃 사이로 찬 바람 솔솔 불고 목덜미 시릴지라도 그래 일단 나가보자 나갔다가 영 싫으면 되돌아오면 되지 않겠니 눈 내리는 겨울이란 어릴 적 친구이지만 한때는 서로 사이가 멀어졌던 어쩌다 한 번씩 만날 수 있는 이제는 백발과 함께 찾아온 반가운 손님이기도 하니

신작 詩 2021.12.17

배웅

배웅 / 신타 기차로 보내는 길 기차로 떠나는 길 보내는 마음도 떠나는 마음도 하나의 길에서 둘로 갈라진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아니건만 보내는 마음 남아있지 못하고 떠나는 마음 함께 철길 위로 달려간다 오늘은 더욱 그러하여 12월의 햇살 아래 텅 빈 거리를 걷는다 바람은 불고 어디든지 떠나라는 손짓인 것만 같다 갈 곳 없는 마음 머물 곳도 없어 너와 함께 하는 곳 알 수 없는 그곳으로 철길 따라 간 마음만 깃발처럼 나부낀다

신작 詩 2021.12.13

손뼉

손뼉 / 신타 손바닥은 하나다 둘로 나뉘어 있어도 서로 다른 모양이어도 너와 나 같은 하나다 서로 다른 길 돌아 마주치는 손뼉으로 지금 여기 만났어도 너와 나 같은 길이다 마주칠 뻔한 스침 세월의 바람 건너서 지금은 환호성 지르며 손바닥 마주하는 너와 나 멀어지면 남이지만 맞대면 데칼코마니 오래된 부부이면서도 때로는 친구인 것처럼 다르기에 같을 수 있는 같으면서도 다른 모든 왼쪽과 오른쪽 너와 나 우리는 하나다

신작 詩 2021.12.09

공감

공감 / 신타 기분 좋을 때 욕이 나온다는 말 나는 깊이 공감하였다 여럿이 모여 북치고 장구 배우는 날 누군가가 찰밥을 해왔다 찰밥에 식혜에 얼마 전에 한 김장김치에 바라바리 싸온 점심을 먹고 나서 찰밥을 해온다는 말에 넉살 좋게 찾아간 예술단 단장이 한 걸쭉한 입담이다 이런 날은 욕을 해야 돼 아이 씨발 좆같이 맛나네 이걸 반어법이라고 하는지 문학인지 해학인지 몰라도 인생의 바닥을 맛본 사람만이 깨칠 수 있는 여유와 웃음이었다

신작 詩 2021.12.09

상처

상처 / 신타 헤집어 내지 않는다면 상처를 겁내지 않는다면 마음의 상처란 언제라도 다시 아무는 것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칼로 물 베기라는 듯 아픔으로 다가와도 흔적을 남긴다 해도 모두가 나를 위해 일어난 아름다운 발자취인 걸 그대를 미워함으로써 더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 상처가 진주가 되고 분재로 자라나듯 내 안에서 빛이 되고 아름다운 모습 되리라 지금은 비록 상처 난 아픔일지라도 나를 힘들게 하는 그대 나는 여전히 사랑한다 그대가 아니라면 누가 사랑으로 가슴을 출렁이랴 아픔도 고마움이어라 상처도 감사함이어라

신작 詩 2021.12.07

눈 내리는 밤

눈 내리는 밤 / 김신타함께 걷고 싶은 너는 멀리눈 내리는 길 혼자서 걷는내게 전하는 밤의 속삭임사랑이란 바이올린 연주어깨 너머 활과 현의 왈츠밀고 당기는 기쁨과 슬픔하얗게 빛나는 어둠 사이로너와 함께 혼자서 걸어가는쓸쓸하면서도 포근한 밤길둘로 나뉘었어도 하나이며하나이면서도 하나가 아닌눈송이처럼 내리는 너와 나눈 내리는 밤이면 하냥 그리워전철에서 내려 역사를 지나고공원을 지나도 멀기만 한 안식여전히 가슴에 서성이는 눈발쌓이는 흰눈 밟으며 가는 길은네게로 난 단 하나의 빛이었다

신작 詩 2021.11.30

식탁

식탁 / 김신타젊었을 적엔꽃병이 놓이더니지금 식탁 위엔약병만이 줄을 선다삶의 주소는꽃병과 약병 사이혹은 밥과 반찬그 사이 어디쯤일까건강이란근육에 달린 게 아니라호르몬 분비에 달렸다고 한다호르몬 분비라면밥상과 침상모두가 식탁이다몸으로 먹느냐마음으로 먹느냐가 다를 뿐몸으로 밥과 반찬사랑할 수도 있겠지만마음으로도 자신과 타인의육체와 정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어느 하나만이 아니라꽃병과 약병밥과 반찬 그리고 몸과 마음자신과 타인 모두 사랑해야 할 것이다

신작 詩 2021.11.29

가을 장미

가을 장미 / 김신타봄날에만 피는꽃인 줄 알았다가늦가을 어느 날숲속에서 보게 된빨갛게 핀 장미꽃오월의 장미는깁스한 다리처럼생각 속에서 굳어진썩은 뒤에 거듭나야 할바람에 몰려다니는 낙엽붙잡아 두지 않아도영원히 사라지지 않는살아있는 자양분일 뿐내 곁이 아니라 해도다른 나무엔들 어떠하랴내 안에 있는모든 꽃잎과 낙엽어느 땅 밑에서라도거름이 되고물이 되어 흐르리라내 안이 아니면 어떠하랴물이 되어 그대 흐를 뿐인데

신작 詩 2021.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