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351

좋은 엄마

좋은 엄마 / 신타 유행가처럼 좋은 엄마가 있고 그렇지 않은 엄마 있는 게 아닌 그냥 엄마가 있을 뿐이죠 내게 엄마는 그냥 엄마일 뿐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식에게 계산적인 사랑이 아닌 그저 헌신적인 엄마이길 바라던 적도 있었습니다 남자다운 모습과 마마보이 내게 모든 걸 기대했던 엄마 두 갈래 길에서 방황하던 내 청춘은 우울 그 자체였죠 그렇지만 나는 지금의 나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답니다 방황 속에서도 내 갈 길 어렵사리 찾아내었습니다 좋기도 하고 좋지 않기도 한 엄마이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헌신적이든 계산적이든 엄마는 그냥 엄마일 뿐이죠

신작 詩 2022.01.17

이유가 없다

이유가 없다 / 신타 나를 서운하게 만든 사람도 나를 화나게 한 일일지라도 모두가 나를 위해서 일어난 나를 위한 일이었을 뿐이다 달리 이유는 없다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 내가 그렇게 깨닫는 것일 뿐 그래서 내가 평안한 것일 뿐 물론 당시엔 기분 나쁘지만 잊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십수 년에서 몇 개월 안으로 며칠에서 몇 시간 몇 분으로 쉽게 기분이 바뀌므로 서운하거나 화가 나거나 불안한 감정에 파묻혀 사는 내가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비록 처음엔 계속되지만 세월이 가면 쉽게 사라지며 스스로 평안한 기분 속에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음이다

신작 詩 2022.01.13

동심으로 산다는 것

동심으로 산다는 것 / 신타 혹시 눈이 왔으려나 아침마다 창문을 열지만 눈을 보기 쉽지 않은 시대가 내 삶 앞에 널브러져 있음이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므로 자동차 운행을 줄여야 하고 기후 위기를 인식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하는 선각자도 있지만 환경 파괴를 걱정하기보다는 지리산 산악열차가 생긴다면 타보고 싶은 철없는 1인이자 당해봐야 알게 되는 지각자다 동심으로 살라고 하면서도 철든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세상은 내게 두 갈래 길에서 모두를 선택하라고 가르친다 세상이 보여주는 길 외에도 두 길 사이 샛길이 있음이다 어렵사리 풀숲을 헤치다 보면 조용한 숲길이 나오기도 한다 세상 길 따라가고 싶지만 함께 살면서 무소의 뿔처럼 어차피 혼자 살아가는 것이다 나이 들어 동심으로 산다는 것

신작 詩 2022.01.05

윤회, 바다와 호수

윤회, 바다와 호수 / 신타 물은 바다로 흘러가지만 우리 마음은 호수로 흘러간다 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저마다 잘났다고 내세우는 파도가 아니라 스스로 조용한 물결이고자 한다 모천을 향해 가는 게 아닌 바다에서 허공중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일 뿐 내가 죽는 게 아님을 바로 깨달아 아는 자 바닷물이 구름이 되고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고 있다 흐르지 않는다 해도 흘러가고 있는 호수 바다를 향한 꿈이다

신작 詩 2021.12.28

운해 雲海

운해 雲海 / 신타 밑에서 보면 구름이 되고 위에서 보면 바다가 된다 그래서 雲과 海인가 보다 정상에 서서 발밑을 보면 어느새 저 아래 흘러가는 높게 보이던 구름과 구름 떨어져 있던 것이 어느덧 내 옆에 함께하고 있으며 함께하던 것도 때가 되면 저 멀리 사라지는 것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는 물론 저 세월조차 늘 그러하다 어린 시절과 젊은 나이엔 가지 않아 지겨웠던 세월 백발과 함께 다시 찾아와 저만치 앞에 서서 부른다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며 빨리 가자고 재촉을 한다 이제는 바람이 부는 대로 물결이 치는 대로 흐르는 지겹지도 급할 일도 없는 함께해야 하는 인연일 뿐 오붓하게 손잡고 가야 할 반갑고 다정한 연인일 뿐

신작 詩 2021.12.21

기도

기도 / 신타 내맡김이자 내려놓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다 했다고 남은 건 오직 당신에게 맡긴다고 마음을 온몸에 담아 모으는 것이다 흙을 빚어 가마에 넣고는 불을 지피기 전 절을 올린다 내가 할 수 없는 일 맡기겠다며 남은 일은 당신에게 맡기겠노라며 내가 바라는 바조차 스스로 받아들이겠다는 당신의 뜻 받아들이겠다는 가마 안의 어떤 모습도 그저 감사한다는 몸짓이다 열기가 무엇을 만들어내든 불꽃이 무슨 빛깔을 빚어내든 당신에게 전부 맡기겠다는 뜻이다

신작 詩 2021.12.19

무채색 기쁨

무채색 기쁨 / 신타 소설을 써야만 할까 때로는 피눈물 나는 사연 한 편의 시로 보면 안 될까 통곡과 절규 속에 슬픔과 아픔이 배어있는 시 소설이 아니라 시로 읽고 싶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어차피 쉽지 않은 은유일 터 나름대로 이해를 하기보다 나만의 시로 읽고 싶다 눈 덮인 세상처럼 평화로운 풍경 아래 무엇이 담겨있는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겪어본 사람만이 배고픈 설움 알 수 있다 바람 불고 어두워지며 눈송이 점점 쌓여가지만 어느 때 눈이 그칠지 아니면 밤새 쌓일지 누가 알겠는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슬픔도 기쁨도 고통도 즐거움도 언제 올지 누가 알겠는가 슬픔 속에서 기쁨이 오고 기쁨 속에서 슬픔이 온다 무엇도 둘로 나누지 말자 칼날을 세워 둘로 가르지만 않는다면 모두가 같은 색깔일 뿐 세상은 ..

신작 詩 2021.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