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詩, 수필)

동지가 지나고 이제

신타나 2009. 2. 12. 06:57

 

동지가 지나고 이제

 

김석기

 


찬바람 드나들지 못하도록
공장 모퉁이 기대서서
마른 점심시간을 편다
바다 밑 물고기처럼
겨울은 여전히 깊고 납작하며
얼음처럼 투명한 햇빛이
마당에 엷게 깔려 있다
 
동지가 지나고 이제
태양도 가까이 다가오리니
머잖아 한 자락 편지 되어
그대에게 가겠다
산과 들과 내를 따라서
마음으로 그리운 이에게
봄비 내린 꽃봉오리
피어남 전해 주겠다
어느 날 눈에 띈
푸른 잎 사이, 빨간 장미꽃
놀란 가슴으로 한참을 바라보겠다
 
동지가 지나고
그대 마음처럼 봄비 내리면,
계절이 흐르고
공장 마당에도 꽃봉오리 피어나면
기차가 없는
잡초 무성한 철길 사이를
내내 걸어가 보리라
조각배 타고
아침햇살에 그물 올리는
영영 바다로 살아가리라


*진해문학 19집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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