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詩, 수필)

마진 터널 벚꽃길을 지나며

신타나 2009. 1. 13. 20:20

 

마진 터널 벚꽃길을 지나며

 

김석기

 


오늘은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지요.
사실은, 늘 다니는 큰길이 아닌 옛날 길로 말입니다.
마침 일요일이기도 해서요.

20년 전만해도 왕복 2차선인 이 길로 벚꽃구경 하러 오는,
봄나들이 관광버스며 화물차며 모두 다니던 길이었는데
4차선도로가 새로 난 지금은 어쩌다 한 번씩 차가 지나가곤 합니다.

마치 산길처럼
수제비와 칼국수를 파는 집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으며
길가 빈자리에는, 산책 나온 남녀가 타고 온 차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누런 낙엽과 앙상한 가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3월이 오고 4월이 되면, 이들도 벚꽃으로 터널을 이루고
긴 겨울동안 봄이 오기를,
꽃이 피기를 기다렸던 우리에게 유혹의 손짓을 할 것입니다.

이제는 겨울의 호젓함을 즐길 수 있는 길이 되었지만
저 산 밑으로 보이는 새로 난 큰길과 무엇이 다를까 싶군요.

큰길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차량들... 그들에게도 사연이 있듯
옛길에 간간이 서 있는 차들, 그들에게도 무언가 사연이 있겠지요.
나무속으로 걸어가 늦은 오후에, 언젠가 가 보았던 찻집을 찾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처럼,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지난날 이곳에 앉아 썼던 시를 다시 꺼내 봅니다.

 

^*^*^*^

 

겨울나무


기억 속에 피어 있는
겨울나무 벚꽃을 바라보며
카페 창가에서 편지를 쓴다.
곱게 접힌 냅킨을 펼쳐
벚꽃이 활짝 핀
너와의 속삭임을 그린다.

지금처럼 바람 불 때면
벚꽃이 내 마음인 양
네 어깨에 조용히 내려앉고
봄빛 닮은 너의 눈은
살포시 나를 감싸 안는다.

그 시절 함께 웃던
그 자리에 와 있어도
벚꽃처럼 사라진 너
계절 따라온다는
기약마저 없구나.

나의 삶이
한 계절에 피는 꽃이라면
꽃이 지도록 너와
함께 하련만,

 

 

*마진터널-장복산이 가로막고 있는, 마산. 창원과 진해 사이를 잇는 터널

 

 

<2009년 3월호 월간 문학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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