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김석기
꼴 베다 먹이기 어려워
봉화장에 내다 팔려니,
소와 함께 30년의 세월 보낸
할배도 울고
팔아 없애자고 성화부리던
할매도 울고
사람으로 치면 백살이 넘는
소마저 운다
100만원도 안 되는 소값
500만원 줘도 안 판다며
억지부려 도로 데려 오는
소처럼 절름거리는 할배,
남편을 원망하며 살지만
할배 없인 못산다는 할매
숙명의 고삐가 잘리고
워낭마저 풀리던 날,
엉치에 솟은 뼈만큼이나
고단한 생을 살아온 소
절름절름 눈을 감는다
워낭소리 품에 눕는다
그곳에 영정사진
그리고 워낭소리
* 워낭 - 말이나 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진해문학 19집-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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