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詩, 수필)

워낭소리

신타나몽해 2009. 2. 26. 00:19

 

워낭소리

 

김석기

 

 

꼴 베다 먹이기 어려워

봉화장에 내다 팔려니,

소와 함께 30년의 세월 보낸

할배도 울고

팔아 없애자고 성화부리던

할매도 울고

사람으로 치면 백살이 넘는

소마저 운다

 

100만원도 안 되는 소값

500만원 줘도 안 판다며

억지부려 도로 데려 오는

소처럼 절름거리는 할배,

남편을 원망하며 살지만

할배 없인 못산다는 할매

 

숙명의 고삐가 잘리고

워낭마저 풀리던 날,

엉치에 솟은 뼈만큼이나

고단한 생을 살아온 소

절름절름 눈을 감는다

워낭소리 품에 눕는다

 

그곳에 영정사진

그리고 워낭소리

 

* 워낭 - 말이나 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진해문학 19집-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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