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詩, 수필)

오월의 빗속에서

신타나몽해 2009. 5. 25. 23:37

 

오월의 빗속에서

 

김석기

 

 

비가 내린다

봄 내내 가물었던 기억을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

산과 들과 바다에서까지

푸르다 못해 하얀 비가 몹시도 내린다

 

먹고사는 일에서 벗어나 보려는

서투른 몸짓 때문이었을까?...

결국 카드 대금을 끝내는 막지 못하고

신용회복위원회라는 낯선 이름을 찾아가지만

나 같은 사람들로 차고 넘쳐

그곳도 사정이 여유롭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다음 달로 잡힌 상담 예약일자만을

겨우 받아들고는 다시 거리로 나선다

푸르게 푸르게 내리는 오월의 빗속으로...

 

어느 나무 어느 풀에서

뿌리를 적시는 물줄기 될지 알 수 없지만

나도 함께 비처럼 내려

산과 들과 바다를 적시고 싶다

 

지금은 비록 소나기처럼 내릴지라도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더욱

푸르고 맑은 세상을

가슴으로 힘껏 껴안으련다

 

 

<2009년 8월호 월간 문학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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