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빗속에서
김석기
비가 내린다
봄 내내 가물었던 기억을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
산과 들과 바다에서까지
푸르다 못해 하얀 비가 몹시도 내린다
먹고사는 일에서 벗어나 보려는
서투른 몸짓 때문이었을까?...
결국 카드 대금을 끝내는 막지 못하고
신용회복위원회라는 낯선 이름을 찾아가지만
나 같은 사람들로 차고 넘쳐
그곳도 사정이 여유롭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다음 달로 잡힌 상담 예약일자만을
겨우 받아들고는 다시 거리로 나선다
푸르게 푸르게 내리는 오월의 빗속으로...
어느 나무 어느 풀에서
뿌리를 적시는 물줄기 될지 알 수 없지만
나도 함께 비처럼 내려
산과 들과 바다를 적시고 싶다
지금은 비록 소나기처럼 내릴지라도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더욱
푸르고 맑은 세상을
가슴으로 힘껏 껴안으련다
<2009년 8월호 월간 문학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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