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모습

[한희철 목사] 후회하지 않으려면

신타나몽해 2012. 2. 9. 10:33

 

  • [한희철 목사] 후회하지 않으려면

 

최근 영어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책에 대한 기사를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라는 책인데, 호주에서 말기 암 환자들을 돌봤던 간호사 브로니 웨어가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모아서 펴낸 책이라 합니다. 그가 지켜본 말기 암 환자들은 임종을 앞두고 놀랄 만큼 맑은 정신을 갖게 됐는데,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삶을 살았지만 뜻밖에도 후회하는 것은 거의가 비슷했다 합니다.

사람이 죽을 때 후회하는 다섯 가지는 내 뜻대로 살 걸, 일 좀 덜 할 걸, 화 좀 더 낼 걸, 친구들 챙길 걸, 도전하며 살 걸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큰 후회로 남은 것은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삶을 살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요구에 맞추느라 막상 자기 삶을 살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두 번째 후회인 ‘일 좀 덜 할 걸’ 하는 것은 모든 남성에게서 나타난 공통된 후회였습니다. 일에 쫓겨 지내느라 무엇이 소중한지를 잊고 있었고, 알고 있었다 해도 그것을 지킬 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이지요. 특히나 어린 자녀들과 함께 놀지 못하고 배우자와 친밀한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을 크게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화 좀 더 낼 걸’ 하는 세 번째 후회는 ‘덜’을 ‘더’로 잘못 읽었나 싶어 다시 확인을 하기도 했습니다. 죽음을 앞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느라 마음속에 쌓아둔 분노가 결국 자신의 병으로 찾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오랜 친구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시간이 되고 보면 오랫동안 소식을 주고받지 않은 친구들의 연락처는 알 수가 없고, 세상을 떠난 친구들도 많았지요.

마지막 후회는 도전하며 살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큰 세계를 향하여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습니다. 소심하고 안일한 삶을 살기에는 얼마든지 도전할 것이 많은 삶,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뒤늦게야 그 사실을 깨닫고 좁은 세계 속에 살아온 자신을 후회하였습니다.

어릴 적엔 저마다의 보물 상자가 있었습니다. 남이 알지 못하는 곳에 나만의 비밀스러운 보물들을 감추어 두었지요. 보물 상자는 호주머니이기도 했고, 서랍 속이기도 했고, 장롱 안이기도 했고, 지하실의 허름한 구석이기도 했고, 때로는 숲속 커다란 나무 아래거나, 손 하나 겨우 들어가는 바위 틈새이기도 했습니다.

 

보물이라야 별 것이 아니었습니다. 딱지나 구슬, 단추나 액세서리, 사진이나 일기장, 둥지에서 꺼낸 새 알 등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제 서랍 속에는 친구가 전해준 후투티라는 예쁜 새끼 새가 들어있기도 했습니다. 하룻밤을 견디지 못하고 죽고 말았지만요.

 

어른이 된 지금, 우연히 어릴 적 보물 상자를 발견하여 열어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웃음이 나고 말지 않을까요? 내가 이런 것을 보물이라고 여겼구나, 어른이 된 지금은 무엇 하나 소중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것들, 어릴 적 마음이 문득 우스꽝스러워질 듯싶습니다.

어디 그게 어릴 적 보물 상자뿐이겠습니까? 지금 내가 소중히 여기고 애써 지키려 하는 것들, 혹시 그것들도 세상 떠나는 날 문득 돌아볼 때 가볍게 여겨지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소중한 것을 마음 다해 사랑하는 삶, 행복은 그곳에 있다 싶습니다. 

 

<마창 교차로 신문에서 전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