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우리 몸은 환상이 아니다

신타나초 2020. 3. 12. 11:42

우리 몸은 환상이 아니다

 

 

오늘 새벽 운동 겸해서 밖에 나갔다가 어느 유튜브 영상의 한 부분을 들으며 문득 일어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선 지난 1편과 2편에서 '우리 몸을 비롯한 물질 우주'가 (이하 '우리 몸'이라고 줄여서 말함) 모두 환상이라고 설명한 저의 주장은 이제 모두 버립니다.

 

우리 몸은 환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외부세계란 감각의 대상일 뿐 실체가 없는 환상이라고 제가 설명한 것도 오류임을 밝힙니다.

 

77억 인류 저마다 가지고 있는 우리 몸을 비롯한 외부세계는 결코 환상이 아닌 실재하는 실상입니다. 물론 실재하는 기간이 사물에 따라 제각각 다르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그 대상 사물이 사라지는 때까지는 실재하는 게 맞을뿐더러 또한 사라진다고 할지라도 형태가 달라지는 것일 뿐 아예 없어지거나 소멸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뭐가 환상일까요? 여러 종교 경전에도 모든 게 환영이요 헛되다고 한다면 거기에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경전들이 2천 년이 넘는 세월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겠지요.

 

종교나 선각자, 영성서적에 나오는 환영 또는 환상이라는 말은 내면세계와 외부세계의 구분이 없이 뭉뚱그려 표현하고 있으나, 제가 새롭게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내면세계는 시각을 비롯한 오감의 작용에 의한 환상이 맞지만, 우리 몸을 포함한 외부세계는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라는 점입니다.

 

내면세계가 꿈이나 영화와 같은 환상의 세계인 것이지 우리 몸을 포함한 외부세계는 결코 환상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 몸이 나인 것은 당연히 아니고요. 몸이란 그리고 특히 몸속의 두뇌란 마치 자동차나 비행기와 같은 탈것에 불과합니다.

 

가령 우리가 해외여행을 갈 때 비행기를 타고 간다고 해서 비행기가 여행을 가는 게 아닌 것처럼,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한다고 해서 몸 또는 몸속의 뇌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보이지도 않고 인식되지도 않는 우리 자신이, 뇌 즉 몸을 이용하여 생각 또는 느낌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일 뿐입니다.

 

몸. 마음. 영혼의 합인 우리는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을 이용하여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는 것이며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부분이 아니며 물질 우주와 형이상의 세계를 포함하는 전체입니다. 또한 생각이나 이성을 포함하는 전체이기에 생각이나 이성으로 우리 자신을 알고자 하는 시도는 머리에 상기증만 불러일으킬 뿐 아무 소용이 없는 짓입니다.

 

차라리 다 포기하고 있을 때 문득 자신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불교 용어로는 견성이라고 하며 흔히 깨달음이라고도 합니다. 소크라테스도 강조했으며 석가도 깨닫고자 애쓴 것은 바로 나 자신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하물며 평생 몸과 마음에 둘러쌓여 있는 상태에서 살아온 우리가, 자신이 무엇인지를 자각自覺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나란 지각知覺될 수 있는 무엇도 아니며 우리 몸 마음과 늘 함께 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깨달음이란 한마디로 '내가 나를 아는 것'입니다. 그런데 평생을 함께 해온 나를, 내가 모른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바로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것도 인류가 생긴 이래 계속되어 왔으며 더욱이 2천5백 년 전 자신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달은 석가여래가 있었고 그의 가르침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에도 말입니다.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 그간 많은 힌두교나 불교의 깨달은 분들이 우리에게, 자신을 알 수 있는 방편을 수없이 전해주었음에도 자신을 자각하는 일은 여전히 요원한 것 같습니다.

 

그나마 오히려 미국 등 서방세계에서 깨달은 분들이 많이 나와 책을 통해 우리 자신을 자각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음은 매우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