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참회 ㅡ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두려워하지 않는 게 곧 사랑이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지나간 기억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배수구를 타고 올라와 화장실 안에 들어와 있던 생쥐를 다시 배수구를 통해 내쫓은 적이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문을 열 때마다 나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기억 속의 쥐를 두려워합니다.
어쩌다 맡은 적 있었던 맡기 싫은 화장실 냄새를 기억하며, 나는 냄새가 또 날까 봐 형체도 없는 냄새를 두려워합니다.
이처럼 나는 기억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것들을 나로부터 멀리하고자 애쓰며, 두려움 때문에 사랑으로 품어 안지를 못합니다.
나는 이제 그 모든 나의 어리석음을 눈물로 회개합니다. 눈물로 씻어내고자 합니다.
왜 나는 나의 기억조차 품어 안지를 못할까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배수구 위를 이미 무거운 것으로 눌러 놓았음에도
왜 나는 쥐가 다시 들어와 있지나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상상을 날마다 하는 걸까요?
기억을 버리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나의 어리석음조차 이제는 껴안고자 합니다. 그조차 사랑스러운 나의 일부이니까요.
아무리 혐오스럽고 싫을지라도 내 안에 있는 내 수족 같은 부분을 내칠 수는 없습니다.
나의 어리석음을 회개합니다만 나의 어리석음조차 나의 것입니다. 내 사랑하는 자녀입니다. 모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합니다.
명예와 안전, 평화를 향해 걸어갑니다만, 비루함과 상처, 폭력, 전쟁마저도 사랑합니다. 두려움에 떨면서 나의 것이 아니라고 내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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