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식
김석기
열매가 향기를 잉태할 때까지
나를 지켜주고 성숙하게 해주는 벽
언젠가 부활의 때가 되면
벗어나고 버려야 할 껍질
그럼에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곳에 안주하며 칭찬받고자 하는
달걀 안에 든 해바라기이기 때문이다
안에서 병아리가 되었다면
이제는 껍질을 깨고
태양을 마주해야 한다
오랫동안 나를 지켜준 껍질이지만
어둠 속에 계속 머물 순 없지 않은가
껍질을 깨자
빛을 향해 나가자
때가 되면
새로운 인연을 맺는 게
아름다운 인연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