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테스 동생에게

무아 신타 (無我 神陀) 2020. 10. 11. 15:21

< 김형수 시인. 소설가 >

테스 동생에게

신타


자네의 낡은 수첩을 들여다보다가
새로 산 물감처럼 빠레트에
질질 흐르는 눈물 주체할 수 없어
길거리에 서서 편지를 쓰오
어쩌면 나는
친구 자네를 테스형이라 부르고 싶소
자네 형을 모독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친구가 테스형으로 읽히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지만
인간이 아닌 인간 몸이 그러하며
생각하는 동물이 아닌 생각하는 물질이라고
나는 감히 주장하오
약한 자의 간담을 샅샅이 핧아간 바람*
주근깨처럼 핏방울이 튀겨진 낡은 수첩*
기쁨과 즐거움뿐만 아니라, 물질인 몸으로
슬픔과 고통도 함께 느끼는 것 아니겠소

가을 하늘 올려다보며
그 이름 나직이 불러본다오
친구의 시를 통해 알게 된 자칭 테스 동생
자네를 나는 테스형이라 부르오
테스형! 테스형! 소크라테스 형!
나는 오늘도 생각하는 물질,
내 몸과 함께
나 자신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고 있다오

나의 테스형인 친구가
내 고향 부여에서 문학관장을 한다니까
근간 한번 찾아가리다
가서 큰 술잔 놓고
나훈아 형의 테스형 노래도 부르며
큰밤 새워보자구요
사랑하는
나의 소크라테스 형!


* 김형수 시인의 시 「낡은 수첩 1」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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