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사랑의 힘

무아 신타 (無我 神陀) 2020. 10. 15. 11:13

사랑의 힘

신타


하루 이틀
밤을 지새운 번민의 끝자락
헤어지기로 작정했다
더는 그를 믿을 수 없다
이렇게 증거가 있지 아니한가

이젠 혼자이고 싶다는
그럴듯한 이유 내세워
이별을 통보했다
그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나를 그리 사랑한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물어볼 것도 없이
스스로 단정했던 사실을
하루 만에 다시 확인하고 싶어졌다
유치한 짓이라는 생각이 뒷덜미를 잡았지만
내가 내린 결정은 탁월했다

굳이 전화를 안 해도 되는
몇 자 툭툭 두드려 놓으면
제 알아서 배달되는 세상이어서 좋다
10여 분쯤 지나니 답장도 온다
보라!
나의 유치함이 아니라 그의 뻔뻔함을

명확한 근거자료를 들이대며
청문회장에 앉혀놓고 그를 추궁했으나
도무지 인정하지 않는다
분명 근거가 있는데도
보라!
거짓이 거짓을 낳고 있음을

그러나 밝혀진 진실은
나의 오해였다는 것이다
그가 거짓을 말한 게 아니라
내가 혼자 단정한 것이니
혼자만의 사랑이란 얼마나 경솔한가

사랑은 유치한 것인가 보다
사랑에 자존심을 내세우는 건
그야말로 부질없는 짓인가 보다
밤새 고민 끝에 결정하고는 다시 뒤집는
한때 서슬 퍼렇던 자존심조차
물거품 되는 사랑의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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