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실존과 환상

신타나 2021. 1. 26. 02:26
실존과 환상


우리가 살아가는 물질세계 전체가 통틀어 환상이지, 그러한 현상계 안에 있는 낱낱의 존재 즉 개체가 환상인 것은 아니다. 물질계 즉 현상계 안에 있는 개체는 환상이 아닌 실존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실존인 몸으로써 살아가는, 지구 등 우주에서 전체로서의 현실 세계는 한바탕 꿈이요 환상이거나 환영이다. 그런데 이를 혼동하여 우리 몸을 환영이라거나 허상이라고 해석하는, 불교 선사들이 많음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불교 경전인 금강경에 나오는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과 같은 구절만 해도 그렇다. 여기서 일체유위법이란 물질이 아니라 법을 말하고 있다. 일체유위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불교 승려조차 이를 일체유위물로 해석하곤 한다.

여기서 법이란 물질이 아니라 바로 관념을 말함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세속의 모든 것이 꿈이고 환이며, 물거품이나 그림자 또는 이슬이거나 번개 같은 것이라고 법문한다. 그러나 세속에 있는 모든 것이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마음 또는 의식 안에 있는 관념이 바로 꿈과 같은 것일 뿐이다.

물질이 아니라, 물질에 대한 관념이 곧 허상이요 환영인 것이다. 누군가는 그게 곧 그거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므로 한마디 덧붙인다. 물질이란 우리 몸을 비롯한 외부세계에 있는 감각 대상 자체이며, 관념이란 그러한 대상이 우리 몸에 있는 감각 기관을 통해서 인식된 기억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물질이 물질 자체로 존재할 때는 그건 환상이거나 환영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실존일 뿐이다. 반면 눈을 비롯한 몸에 있는 감각 기관을 통해 감각되고 이것이 뇌에서 인식되었을 때, 물질은 실존의 상태가 아니라 이제는 관념의 상태로 바뀌게 된다. 이를 우리는 심상心象 또는 표상表象이라고 하며, 물질 상태로 있을 때 이를 물상物像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모든 종교 경전에서 환영이라거나 헛되다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해석과는 다르게 이를 해석해야 할 것이다. 실존으로서의 그것이 환영이거나 헛된 게 아니라, 우리가 물질에 대하여 부여한 관념적 가치 기준 또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물질에 대한 애착 또는 집착이 곧 환영이며 헛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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