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메기

신타나몽해 2022. 1. 14. 11:48

메기 / 신타


미꾸라지 양식장에는
아귀 같은 메기가 있어야
진흙 속에 힘껏 처박혀 숨고
마릿수가 줄 것 같지만 오히려
쫓기면서 몸피가 미끈해진단다

내 삶의 메기는 무엇일까
고해와 같은 삶이 아닐까
속절없는 세월이 아닐까
삶과 죽음에 대한 불안은
현실 도피를 꿈꾸게 했다

메기가 잠시 사라지는 때
권태가 그 자리를 메우는
쫓겨 다니는 삶이 아니면
지겨운 삶일 때도 있었다
가끔은 우울도 스며드는

아무런 희망이 없는 때
모든 걸 포기할 때 있었다
그래도 절망만은 결단코
포기할 수 없었던 절벽에서
마지막 한 손은 놓지 못했다

메기처럼 다가오는 불안
이제는 거부하지 않으며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절망조차 포기하는 용기
남은 한 손마저 놓아버렸다

절망 대신 희망이 아니라
희망도 절망도 붙잡지 않는
상상 속의 절벽을 잡고 있던
남은 한 손마저 놓아버린 채
두려움을 가슴으로 껴안았다

상상 속 추락하는 우주는
하늘도 땅도 없는 텅 빈 빛
유 有와 무 無가 하나이며
행간에는 아무것도 없음이
텅 빈 침묵이 가득할 뿐이다

'詩-깨달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거울  (0) 2022.01.18
색성향미촉법 色聲香味觸法  (0) 2022.01.15
우주라고 불리는 입체  (0) 2022.01.12
우주, 나를 위해 존재하는  (0) 2022.01.11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0) 2022.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