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의 나'가 아닌 나
'허상의 나'가 아닌 나, 또는 '허상의 나'를 벗어난 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개체성의 나'가 아니라, 이게 바로 진짜 나 즉 '전체성의 나'이다. 개체성의 나란 너와 나로 나누어진, 지금 우리가 살아가면서 나라고 생각하고 느끼는 나, 즉 다른 사람과는 분리된 채 자신의 몸 하고만 함께한다고 생각되는 나를 말한다.
그러나 분리된 몸과 내가 함께한다고 해서, 몸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과 분리된 나란 없다. 몸은 분리되어 있을지라도 '나'라는 존재는 다른 존재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몸과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허상이 아닌 나' 즉 '실재의 나'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참으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허상인 나와 함께하는 몸은 오감으로 쉽게 감지되는데 반해, 실제로 존재하는 무형의 나는 오감으로 감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비유하자면 보물찾기에서 숨겨놓은 보물을 찾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하며 헤매 다니다가 보물을 찾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허상이 아닌 실재의 나를 찾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고통과 즐거움이 교차하는 지상의 삶에서 실재의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 즉 스스로 지워버린 자신에 대한 기억을 되찾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 우리는 고통이 없는 천상에서 고통이 있는 지상으로 일부러 그리고 애써 태어났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을 걸고 스스로 도박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인간으로서의 삶이 너무나 힘들어 자살을 한 영혼이, 다시 태어난 다음 생에서도 또 힘들어 자살을 하는 등 자살이 반복될 경우, 그러한 영혼은 자신에 대한 기억을 되찾기는커녕 폐기물처럼 쌓이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살을 하게 되면 신으로부터 무슨 벌을 받는 게 아니라, 그 영혼의 잘못된 믿음 때문에 영혼이 자꾸 굳어지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서두에서 '개체성의 나'에 대해 설명했으므로, 전체성의 나에 대한 설명으로 끝을 맺고자 한다. 일단 전체라는 게 어디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개체에서 벗어난 게 바로 전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우리는 개체라는 작은 원을 감싸고 있는 어떤 큰 원을 전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이는 전체가 아니라 또 다른 개체일 뿐이다. 더 큰 원이 한없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체에는 크기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그래서 개체가 아닌 것 또는 개체에서 벗어난 것을 전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고로 '전체성의 나'란 '개체성의 나'가 아닌 나, 또는 '개체성의 나'에서 벗어난 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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