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준 이유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가시밭길을 헤치고 신에게 다가오게 한 다음, 신의 뜻에 자발적으로 따르게 하려는 의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인간 대신 신의 뜻에 무조건 복종하는 로봇을 만들 수도 있으나, 그렇게 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마디로 말해, 전지전능한 신의 입장에서 볼 때 아무런 재미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한 것이다.
자유의지를 부여한 다음,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슬픔과 고통을 통해, 인간 자신에게 부여된 자유의지를 스스로 포기하게끔 하려는 것이다. 자유의지 대신 (신으로부터) 소리 없이 흐르는 영감을 스스로 알아채고, 기쁨 속에서 신의 뜻에 따르는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게 신의 목표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신 혼자만의 계획이 아니라, 신과 인간 영혼 사이의 합작품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간 영혼이 신의 노예나 하인이 아니라, 신과 동등한 친구인 것이다. 우리 인간 영혼이 신의 부분이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기계의 부속품 같은 존재는 아니다. 비유하자면 세포가 몸의 부분이긴 하나, 세포도 몸도 모두 자율적인 존재인 것과 같다. 신이나 인간 영혼은 영적인 존재이므로, 신과 인간 영혼을 물질적인 몸과 세포에 비유하는 게 그리 적절치는 않으나, 다른 마땅한 비유를 들 수 없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아무튼 신은 우리에게 병 주고 약 주는 격이다. 자유의지를 주었다가 자발적으로 이를 반납하게 만들며, 인간이 신과 분리된 존재인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가, 다시 신을 찾아 신과 하나임을 깨닫도록 인도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신의 계획에 인간 영혼도 기꺼이 동참했으니 달리 할 말은 없다. 그리고 깨닫는 과정이 힘들어서 그렇지, 깨닫고 나면 재미가 있기도 하다. 힘들었던 만큼 평안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영감이 잘 느껴지지 않으나 자유의지가 있는 세상과,
자유의지는 없으나 영감이 흐르는 세상 중에서,
우리는 어느 쪽 길을 선택하게 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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