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인 '나'와 대상인 '몸'
모든 대상은 의식 속에 나타난 것일 뿐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1층을 짓기도 전에 2층을 지으려고 하는 것과 같은, 한마디로 너무 앞서 나간 주장이다. 보통의 우리는 주체인 '나'와 대상인 '몸'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힘들어하는데, 대상인 몸이 허상이라고 하는 주장은 지나치게 앞서 나간 가르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지금 깨달아야 할 앎은, 주체와 대상이 하나가 아닌 둘이라는 사실이다. 분리를 알고 난 뒤에야 분리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분법에 빠져보아야 불이법이 진실임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나아가 내면에 있는 주체로서의 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이며, 현상적으로 감각되는 몸이라는 것은 주체가 아니라 대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내면에 있는 무형의 주체인 '나'와, 현상적으로 보이는 유형의 대상인 '몸'은 동일한 주체가 아니다. 대상이 허상이니 아니니 하는 문제는 그다음 일이다. 주체가 무엇인지 대상이 무엇인지도 아직 잘 모르는데, 대상이 허상이네 아니네를 두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 멀리 나간 논란이다. 지금은 주체와 대상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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