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이 되어 보니 / 김신타
내 나이 스물다섯 중증 장애인 되어
국군 통합병원 침대에 누워있을 때
옆에서 간호하시던 쉰두 살 어머니는
바라는 것도 가고 싶은 곳도 없으셨는데
내 나이 쉰둘이 되고 보니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 한둘이 아니다
휠체어 타고서도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 많은데
이십 대의 나는 왜 그리 어리석었는지
어머니는 짜장면 못 드시는 줄 알았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왜 그리 모자랐는지
세월이 흘러
계곡의 폭포수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가듯
우리 또한
무명 無明에서 깨달음으로 가는
한 줄기 바람인 것을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도
모두가 나를 위한 것일 뿐
내게서 벗어나지 못함이다
이제는 부끄러울 것도 없고
역시나 자랑스러울 것도 없는
살면서 깨달아가는 게 우리네 삶
한 줄기 깨달음이 바람처럼 스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