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제비꽃 / 김신타
절벽 끝에 알록제비꽃
나는 숨이 턱 막혔다
계곡 끝까지 가려던 길
하루 종일 제자리 서서
독백으로 길을 대신한다
장하다 정말 장하다
흙이라고는 단 한 톨
보이지 않는 바위틈
모질었을 시간의 벽
예서 꽃을 피우다니
아무 데서라도 살지만
아무렇게나 살진 않는
너를 바라보는 나
아무 데서나 살진 않지만
아무렇지 않게 살아온
부끄러움 계곡에 가득한데
배우며 살아가는 게 너와 나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일 터
스승을 만난 시절 인연에
기쁨이 폭포처럼 흘러넘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