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본다는 것 / 김신타
'오래 본다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
'딱따구리 아빠'로도 불리는
생태학자 김성호 작가의 지론이다
딱따구리 암수가 새로 만든 둥지에
신방을 차리고 알을 낳아
부화된 새끼가 둥지를 떠날 때까지
숨어서 지켜보았던 50일
4월 중순부터 6월 초순까지
우연히 지나던 길에서 보게 된
큰오색딱따구리의 신방 앞에
움막 짓고 별빛 출퇴근 반복했던
새끼들이 둥지를 떠나는 사이
이를 모르고 먹이를 물어 왔다가
빈 둥지임을 안 아빠 딱따구리처럼
딱따구리가 되어 한참을 울었다는 그
러시아와 몽골에서 철원으로
10월 15일경 왔다가
이듬해 3월 15일경 돌아가는
철새 재두루미 배웅하러
남원 사는 그가 철원으로
홀로 탐조 여행을 떠난다
오래 본다는 건, 만남에서 이별까지
텅 빈 가슴으로 지켜보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