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합 正反合 / 김신타
테크로드 가운데 서 있는
소나무에 부딪히고 나서
처음엔 나무를 탓했지만
잠시 후 나무를 바라보다
'네가 아니라 내 탓'이라며
미안하다고 말했던 그녀
'남 탓'에서 '내 탓이오'라는
장족의 발전인 건 맞지만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남에서 나로 바뀐 것일 뿐
정반합에서의 합이 아닌
여전히 정과 반일 뿐이다
첫 자리인 정에서 벗어나
반의 자리에 설 수 있음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동에서 서로 바뀌었을 뿐
너와 나라는 분리가 있는
합일이 되지 않은 상태다
사람의 몸과 나무조차도
물질로는 나누어졌지만
영으로는 하나일 뿐이며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없는
또한 남 탓도 내 탓도 아닌
다만 일어난 일일 뿐이다
저마다의 깨달음을 위해
우리 앞에 일어난 일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