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기억에서 비롯된

신타나 2025. 3. 30. 11:14

기억에서 비롯된 / 김신타


오줌 누러 나가는 새벽마다
동쪽 하늘에 가라앉은
점점 야위어 가는 그믐달처럼

잠결에 고치던 시 구절
어디 적어놓은 것도 없고
기억나는 내용도 하나 없다

어쩌면 나란 기억일지도
어제 일어난 일을 기억하고
방금 전에 본 모습을 기억하는

기억의 바탕 위에서 우리는
타인을 사랑하고 비난하며
자신을 사랑하고 자책한다

기억이 없다면 인간이란
언어도 문명도 가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일 것이다

하나의 작은 씨앗 안에도
나무로서의 삶에 대한 기억
모양과 색깔, 크기가 들어있다

심지어는 꽃의 형태와
피고 지는 시기와
향기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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