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서

깨달음이 다가오는 순간

신타나 2025. 12. 30. 00:03

깨달음이 다가오는 순간


희망을 놓기 위해서 우리는 희망을 품어야 하며, 희망을 놓는다는 말은 곧 절망을 느낀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희망과 마찬가지로 절망을 놓기 위해서 우리는 절망을 느껴야 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희망과 절망 모두를 붙잡지 않고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희망을 내려놓기란 비교적 쉬워도, 절망을 내려놓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노력을 하다 하다 안되면 어느 순간 자연적으로 희망을 내려놓게 되지만, 절망을 스스로 내려놓게 되는 계기가 어느 순간 자연적으로 오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많은 시간 애를 쓰다가 어느 순간 모든 희망을 잃고 절망했을 때, 절망조차 스스로 내려놓는 순간이 바로 깨달음이 다가오는 순간입니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왕위를 잇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희망과 그리고 아내와 자식마저 내버리고 깨닫기 위해 어렵사리 출가했으나, 출가 후 6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깨달음을 얻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자 그는 절망하였으며, 도반 5명과 함께 스승의 곁을 떠나 다시 길을 나섰다가 길거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맙니다.

우연찮게 이튿날 새벽 길가에 우유죽을 뿌리러 나온 사람의 눈에 띄어 그 우유죽을 받아먹으며 다시 기력을 되찾게 됩니다. 이때 싯다르타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절망을 계속 붙잡지 않고 절망조차 내려놓습니다. 희망도 절망도 없는 상태에서 그는, 보리수나무 아래서 명상하다가 문득 깨닫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명상도 아니며, 6년간의 고행 또는 부모의 기대와 처자식을 버리고 출가 사문이 된 것도 아닙니다.

깨달음을 얻어 보겠다는 희망과 그 희망에 대한 절망, 이 두 가지 모두를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의 힘입니다. 커다란 희망이 사라진 뒤에 다가오는 단단한 절망을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순간이 바로 깨달음이 다가오는 순간입니다. 커다란 희망 뒤에 이어지는 단단한 절망조차 내려놓을 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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