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가는 길 / 김신타
음력이 아닌 양력이기에
설날 기분은 아니지만
어쩌거나 새해 정초에
남원에서 구례 갈 일이 있어
시내버스 타고 가는 길에
가로수로 심어진 산수유
햇살이 산수유 열매에만 담긴 듯
빨갛게 줄지어 서서 나를 반긴다
알에서 깬 병아리처럼
봄에는 제일 먼저 노랗더니
다슬기 크기만 한 알알이
한겨울 날씨임에도 붉다
산수유 열매 한 알에 지나지 않는
나 또한 모두를 반길 일이다
나와 함께하는 몸을 비롯해서
나와 함께하지 않는 몸까지도
구례 가는 길에서 만난
시내버스 안에 있는 승객과 기사
모두가 산수유 열매처럼 빛나는
지상에 있는 천사들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