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져나가는 미로 / 김신타
오랜 기억 동안 머리맡에
펴놓았던 책들 위에다 폰을 놓고
e북으로 받은 시를 읽는다
전에는 이해가 안 되던 문장들이
오늘은 제법 수긍이 되었다
내가 겪어 보지 못한 인생이
네겐 눈앞처럼 뻔했다는 말이지
네겐 그럴 수 있어 인정하는 순간
마법 같던 시 詩의 미로가 퍼져나간다
공감의 기쁨도 솟아오르고
어차피 모두가
같은 길을 지날 수는 없는 일
거기서 네가 겪었던
지평선처럼 꽝 닫히던 도시의 어둠과
허기진 청춘이
내가 지났던 무채색의 나날과
개미처럼 부지런하지도 못한
타고난 근성과는 썩 어울리지 않지만
네가 갔던 길 바라보며
고개 끄덕일 수 있음은 얼마나 크고
눈물겨운 기쁨일까
무채색의 하늘이
소나기 지난 어느 여름날처럼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저녁놀 지는 바닷가
너의 문장 속으로 걸어가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