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

논 개 論介 / 변영로

신타나몽해 2005. 6. 9. 01:07

 

                 논 개 論介
                                                    변영로
 

 

거룩한 분노는
종교 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情)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娥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石榴)속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江)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 {신생활} 3호, 1923.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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