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봉에서 천자봉에서 빨간 산불방지 재킷을 입은 아저씨가 검정 비닐봉지를 손에 든 채 비틀거린다 오월의 푸르름에 취했나 보다 비닐봉지 안에는 양은 도시락과 젓가락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그가 천자봉에 있는 시간은 기다림이다 나타나서는 안 될 산불을 기다리고 있으며 동사무소에서 나올지도 모르는 .. 발표작 (詩, 수필) 2005.06.01
아카시아 사랑 아카시아 사랑 건물 3층 복도 난간에서 아카시아잎 줄기 하나를 따 손에 쥐고는 가지런한 푸르름을 들여다본다 잎은 꽃을 찾고 꽃은 향을 부르며 아카시아향은 오월을 낳고 오월은 새로운 계절의 이름으로 태어난다 바람은 코끝에 묻어 멀리에서도 향기로 다가오며 향기에 묻힌 나는 지.. 발표작 (詩, 수필) 2005.06.01
지게차 지게차 나도 갈 길이 있다 가야만 하는 길이 있어 8차선 도로 위를 달린다 뒤따라 오는 차 답답할지라도 다른 길로 갈 수가 없다 앞질러 가도 괜찮다 동정할 필요도 없다 다만 욕하지는 말라 가는 길은 더디지만 때가 되면 다다른다 늦게 가도 내가 할 일이 있으며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 발표작 (詩, 수필) 200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