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무아 신타 (無我 神陀) 2020. 6. 6. 17:20



신타


저녁 늦게 혼술 하러 가다가 들른
길옆 식당 주인아주머니 말씀
하루살이가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보니
비가 오겠다고 하시더니
오늘 오후 갑자기 비가 내린다
오전만 해도 해가 뜨거웠고
비가 오는 지금도
구름이 터진 부분은 햇살이 환한데
카페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
구름 사이로 해가 숨바꼭질한다
아스팔트 길 위로 차들은 여전하고
다리 난간 위 화분에 담긴
자줏빛 페튜니아도 그대로인데

나는 늘 거슬러 올라가고자 한다
분수처럼 역류하고자 한다
흐르는 냇물이 아니라
비가 오면 오는 대로가 아니라
자전거 안장 젖는 일과
집에 돌아갈 일을 걱정하곤 한다
여전히 물과 바람과 그리고
비와 함께 하지 못하는 삶이다
함께 흘러가지 못하고
저항하거나 거부하는 삶이다
비가 오는 것조차
나를 위한 일임을 곧바로
자각하는 때는 언제 내게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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