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이혼 심판 출석통지서를 태우며

무아 신타 (無我 神陀) 2020. 11. 10. 00:28


이혼 심판 출석통지서를 태우며

신타


법원 출석을 나흘 앞둔 날
그녀가 결국 눈을 감았고
화장시켰다는 문자가 왔다
하루가 더 지난 오늘
지갑 속에 고이 간직해오던
법원 출석통지서를 불에 태웠다

간암 환자인 그녀에게
간 이식을 해주기 위해,
수술 날짜를 앞당기기 위해,
수년간 애인이자 친구였으나
법적으로 남남인 그녀와 나는
맘에 없는 혼인 신고를 했다

삼 개월간의 번민을 거친
하나뿐인 그녀 아들이 나타났을 때
우린 다시 이혼 신청을 했다
무늬만 남편인 나보다
혈연인 아들이 수술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기에

그러나 수술 날짜만 잡고는
그녀는 다른 길을 택했나 보다
아들의 건강도 염려되고
자신도 위험한 수술보다는
조금은 망설였겠지만
죽음이라는 빛의 길을 택했나 보다

우리는 누구나 다
그곳에 대한 기억을 상실했기에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왔겠지만
이른바 영혼의 세계로,
보이지 않는 몸으로 사는 곳으로,
그녀는 기꺼이 걸어간 것이다

더는 결혼이라는 구속도
이혼이라는 절차도 없는
이 세상과는 달리
사랑과 자유로 가득한
충만한 기쁨의 세계로 가는
환상 특급 열차에 환승한 것이다

언젠가 우리 모두
갈아타야 할 열차에
그녀 먼저 올라탄 것이다
먼저 가서 내가
이다음에 따라가면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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