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함께하는 가운데

신타나 2020. 12. 7. 08:53



함께하는 가운데

신타


그녀가 떠났습니다.
잠자리 바뀌면 아예 잠들지 못하는 그녀가
집 안에 먼지 한 톨 그냥 두지 못하는 그녀가
거지 굴속 같은 내 집에서
3박 4일을 머물다 떠났습니다
기차역에서 그녀를 배웅하고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하다가
그녀가 떠나갔음이 문득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돌아옵니다
깨끗하지 않은 곳임에도
이곳에서 평안함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내가 사는 집에 3년 넘게 쌓인 먼지가 닦이고
수년 동안 쓰지 않던 물건이 버려집니다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어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사랑에 빠졌나 봐요
그녀와의 사랑에 빠졌나 봐요

우리는 함께 걸어갑니다
하나가 되어 걸어가는 게 아니라
홀로 선 채 둘이서 함께 걷고 있습니다
손을 잡으며 걸어가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이끌거나
그녀에게 이끌려 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함께하는 가운데 홀로
자신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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