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은 카르마다
신타
오지 말라는 데도 가고 싶었다
연말이라는 빈 가슴 때문에
나는 무조건 올라가겠다고
그녀는 혼자 있고 싶다고
너 정말 그렇게 할래? 라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카톡이 끝났다
내 마음이 변한 것이다
더는 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했던 반말도
존댓말로 이내 바뀌었다
아름다운 카르마
그녀에 대한 정이 끊어진 것이다
정이란 집착일 뿐이다
정 떼느라 스스로 고통받게 되는
카르마일 뿐이다
사랑으로 착각하는 것일 뿐이다
집착하지 않고도 누군가를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는 것처럼
처음 만나는 정이 없는 관계에서도
사랑은 얼마든지 불꽃이 튈 수 있다
다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정도 깊어지는 게 다반사이기에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고통의 바다 기꺼이 뛰어드는 것이다
사랑하더라도 정에 머물지 않고
영위零位에 머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질척거리지 않을 수 있다
상대방에게 의지하지 않게 된다
영위란 신조어로서
저마다 이루어낸 환상이자
지금 머물고 있는 자리가 아니라
처음 자리이자 영零의 자리를 말한다
그 또는 그녀가 없으면
죽을 것 같은 마음의 충동조차도
상대에 대한 환상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정이란 기대고자 하는 마음의 심연일 뿐이다
우린 얼마든지 홀로 설 수 있다
누군가에게 정을 주더라도
우린 얼마든지 영위에 설 수 있다
정이란 아름다운 카르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