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지난 일

신타나 2021. 1. 7. 14:48

지난 일

신타


"소식이 없길래
오늘 강의 없는 줄 알았더니
늦게 연락이 왔네요
반갑게 만납시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요"

그렇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기억났다고 해서
지금,
일어난 일로 착각하지는 말자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교육문화센터에서 행하는
'주민 시네마 스쿨' 실습 시간
우리끼리 영화를 찍는데
도움 주시는 젊은 선생님

모든 게 처음인 내가
시나리오도 처음으로 썼고
주연배우 역도 맡았으며
감독까지 억지로 떠맡았다
모든 게 처음인 나에게

젊은 선생님 건건이 지적한다
첫날은 힘들어도 그냥 넘어갔으나
이튿날이자 촬영 마지막 날
연거푸 세 번의 잔소리에
나는 그만 폭발하고야 말았다

이거 그만 때려칠 거다
싸가지 없이 계속 잔소리네
내가 뭐 직업으로 하는 거야
돈 받고 엑스트라 뛰는 것도 아니고
젊은 놈이 나한테 계속 잔소리야!

누군가가 그래도 선생님인데
그러면 되느냐는 소리에
나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를 향해

선생이라고 대접해 주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불고 있어 새끼가!
니가 뭘 잘했다고
빤히 쳐다봐 이 새끼야!

어찌 되었든 영화 촬영 끝나고
단톡방에서 나는 그에게
미안한 마음임을 글로 나타냈다
함께 영화를 만든 동료들에게도
너른 용서를 구했다

그런데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자신의 카톡 프로필 난에
내 얘기를 쓴 것이다
미안하다고 사과할 일을
왜 했느냐며 나를 힐난한다

그래도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지금 기억난다고 해서
예전에 일어난 일이
지금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 기억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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