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 돌리면서
신타
하얀 티 하나 남김없이 빨아들이면서도
나는 그들이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끔씩 청소하곤 한다
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래도 전쟁이 일어난다면
나는 적군을 향해 총을 쏘면서도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쏠 것이다
공상일 뿐이며
막상 전쟁터에서는
꿩처럼 머리를 처박고
총을 쏘아댈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더러움이 보기 싫고
앞에 보이는 적이 두려워
청소하고 총 쏘지는 않으리라
내가 그렇듯이
먼지도 존재 이유가 있고
적군도 자신과 가족과 조직을 위해
전쟁터에 총을 들고나왔을 터이니 말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듯
그 모든 것을 사랑하며
비록 청소하고 죽이더라도
그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