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신타
전생에 밤나무였는지
몸 한 가운데 밤꽃 향이 난다
한 이삼일 샤워라도 미루면
진한 장미 향이 나기도 한다
그곳에 성스러운 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얼마 전이다
「인간의 치부, 그것이 부끄러워서
꽁꽁 가리고 살기에
밝은 햇살 아래
온통 드러내놓고 환히 웃는
그 꽃이 바로 생식기라는 그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태초엔 자웅동체였다고 하는데
밤나무에서 은행나무를 거쳐
이제는 남녀가 유별해졌다
철 따라 피는 꽃이 아닌
날 때부터 바위 틈에
꽃 한 송이 달린
「 」문병란 시인의 시 '꽃의 생식기'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