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詩

조팝나무꽃

신타나 2021. 4. 9. 13:07

조팝나무꽃 / 김신타


그러고 보니 한 번도
자세히 살펴본 적이 없다 멀리서도
이밥처럼 배부르고 맛나게만 보였던

늘 궁금했던 조팝나무와 이팝나무
알고 보니 조팝나무는 키 작은 관목
이팝나무는 키 큰 교목이다
조팝꽃은 여느 꽃잎처럼 다섯 장이고
이팝나무꽃은 마치 무채를 썰어놓은 듯하다

어렸을 땐 스슥이라고 불렀던 조
대보름날 수수를 사 오라는 심부름에
스슥으로 알아듣고는 조를 사 왔던 기억
잘못 알아들은 나를 혼내든지
아니면 엄마 자신을 탓할 일이지
사 오면 물에 담가놓으라 해놓고는
스슥을 물에 담가놓았다고
열 살도 채 안 된 한 살 위 누나를
부지깽이로 때리던 엄마에 대한
원망스러웠던 기억과는 달리
노란 조와는 겉모양만 닮은 조팝나무꽃

올봄에는 가까이서 바라봐야겠다
예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멀리 사는 누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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