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열매와 씨앗

신타나몽해 2021. 12. 20. 13:33
열매와 씨앗 / 신타


낮아진다는 건 비움이며
비웠기에 채워지는 것이다
비움이란 힘들게 지고 다니는
등에 진 짐을 내팽개치는 것이다

단 한 벌의 옷이며
단 한 대의 자가용이기에
아껴야 할 소중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나인 건 아니다

묻힌 씨앗이 썩어
새싹으로 이어지며
몸의 죽음을 지나고 나면
1막에서 2막으로 이어지는

나란 텅 빈 침묵이자
아무것도 아닌 무 無이기에
아무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기에

겨울 찬바람도
따뜻한 빛깔이다
사막에 비친 태양도
시원한 파인애플이다

허공을 가르는
칼이 되지 말고
둘을 하나로 묶는
영원을 향해 나가자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 아니라
이에는 물
눈에는 바람일 수 있음이다

한때는 네가 나였고
내가 너인 적 있었으며
어느 곳에서는 네가 나였고
내가 너였던 땅조차 있었으리라

몸뚱이는 나뉠지라도
갈라지지 않는 허공처럼
아무것도 없는 너와 나 사이
둘이 아닌 우린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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