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깨달음

지족제일부 知足第一富

신타나몽해 2021. 12. 23. 08:24

지족제일부 知足第一富  /  신타


내가 기준인데
겁낼 게 무엇인가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가 무엇이랴
내 운세를 날마다
내가 정하면 그만인데

내가 쓴 시에
독자가 없다면
시가 무슨 소용일까
내가 없다면
우주에 독자가 없다면
우주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물처럼 바람처럼 살고자
생각은 하면서도
우린 마음속에
멋진 동상을 세우고자 한다
오래 간직하고픈
무형의 상을 조각한다

나란 무형도 아닌
아무것도 없음이거늘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하거늘
오히려 무형의 집을 짓다니

집을 허물고
담장을 부수며
동상조차 없애자
무형의 상이 아닌
그림자 없는 빛이며
춤추는 침묵일 뿐이다

아무것도 없음이
곧 모든 것이자 전체인
아무것도 없는 내 안에서
모든 게 나온다
빛과 그림자
삶과 죽음까지도

엄청난 죽음조차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생의 끝에 서 있는
절벽 같은 죽음이란
1막 끝나고 2막 시작되는
삶의 막간일 뿐

다음 회에 이어질
드라마 내용이 궁금하듯
죽음 이후가 궁금하겠지만
궁금함을 넘어 불안하겠지만
드라마가 계속되듯
삶의 드라마는 영원하다

태어나 삶을 사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이미 삶의 독자이고
삶의 정상은 내 안에 있으며
내 안에서 피어나는 꽃
향기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詩-깨달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행간  (0) 2021.12.26
참회의 기도  (0) 2021.12.25
지금 여기  (0) 2021.12.22
빛은 당신이 밝혀야 해요  (0) 2021.12.21
열매와 씨앗  (0) 2021.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