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의식이 환상이다
'분리된 나' 즉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내가 있다는 개체의식이 환상인 거지, 우리가 보통 나라고 믿는 몸과 마음이 환상인 것은 아니다. 물론 나라는 존재는, 몸 또는 마음이 아니라 의식일 뿐이다. 그런데 현상적으로 몸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만, 의식 안에서는 분리된 나 또는 독립된 나라는 게 없다. 그래서 무아 無我인 것이다. 의식에 있어서 개체의식이란 환상이며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전체 의식 속에 스며들어 있는 개체인 동시에 전체이다.
'개체인 동시에 전체'라는 말은 비유하여 설명하자면 이렇다. 한강 물이 서해로 흘러 들어가 바닷물이 되면, 강물인 동시에 바닷물이 되는 것이지 한강 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한강 물이 따로 있고 바닷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하나의 바닷물이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강 물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강물이 곧 바닷물이고 바닷물이 강물이 된다. 다만 바다에서는 한강이라는 개체의식이 사라지는 것일 뿐이다.
우리 인간도 이와 마찬가지로 내가 따로 있다는, 허상의 개체의식에서 벗어나게 되면 너와 내가 없는 하나의 전체의식이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라는 게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개체의식에서든 전체의식에서든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지 않으며, 다만 분리된 나 또는 독립적인 나라는 의식이, 개체의식 상태에서 일어나는 환상이요 가짜라는 말이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내용과는 달리 개체의식에서든 전체의식에서든 나라는 것은 없다. 분리된 개체의식 안에 내가 있다는 생각이 바로 환상이고 가짜인 까닭이며, 전체의식 안에서는 나와 너라는 분리가 없이 모두가 하나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앞뒤 문장을 통합하여 말한다면, 의식 안에서는 다른 존재와 분리된 내가 없는 것이지 나라는 존재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석가모니는 무아를 설파했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의지하라는 유훈을 남겼다. '자등명 자귀의 自燈明 自歸依'라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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