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또는 수필

전남문인협회 수기.영상 공모전 응모 수기

신타나 2025. 11. 2. 08:30

외국어 남용으로 인한 불편했던 경험과 어문정책 제안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일이다.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제목에서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말을 보고는 무슨 뜻인지 몰라 그냥 시를 읽어보았으나, 역시나 시에서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휴대폰에서 '노이즈 캔슬링'을 검색해 보았다. 쏟아지는 이어폰 광고들! 그쪽 업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온 낱말이었지만 나만 몰랐던 것이다. 지금은 나도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다. 더욱이 이어폰 착용했을 때 나오는 음성 안내음조차 (anti) 노이즈 캔슬링의 영어 머리글자인 'ANC on' 또는 'ANC off'로 발음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세를 거부해 봤자 나만 불편하다. 해서 지금은 그때마다 폰으로 검색해서 생경한 외국어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우스운 일이 있었다. 여러 해 전 국회에서 일어난 빠루 사건이다. 빠루라는 못을 빼는 연장이 우리 사회에서 이미 널리 쓰이는 용어라면 이를 외래어로 인정하고 쓰면 될 일인데, 당시 언론에서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빠루라는 단어 대신 '노루발장도리', '노루발 쇠못 뽑기'라는 등의 어색하기 짝이 없는 단어를 찾아내 신문에 싣곤 했다. 이미 실생활에서 굳어진 단어는 일본어라고 해서 외면하고, 영어로 된 단어는 금방 수입된 것이든 뭐든 그대로 사용하는 불편함에, 나이 든 사람으로서 나는 한글 맞춤법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 단체에 호소한다. 외래어와 외국어를 발 빠르게 정리해 주고,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말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임은 잘 알고 있다. 상업적 광고의 속도를 한글 관련 기관 단체에서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 자제를 사회에 호소하고, 한글로 된 대체어를 만드는 일에 좀 더 고민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경제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해서 언어조차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이참에 어문정책에 대한 제안도 해본다. 사이시옷에 관한 규정을 바꾸어, [장맛비. 하굣길. 나랏빚. 북엇국] 등등의 단어에서 사이시옷을 빼주기를 바란다. 차라리 [장마 비. 하교 길. 나라 빚. 북어 국] 등으로 띄어 쓰면 사이시옷 뒤에 오는 낱말에 대한 발음을 [. . . ] 등의 된소리로 발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띄어쓰기 교육 뿐만 아니라 띄어읽기 교육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靜的'이라는 구절도 이를 붙여서 읽으려면 [정쩍인]으로 발음해야 한다. 붙여서 [정적인]으로 발음하면 듣는 사람에게 '政敵'이라는 의미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靜的'이라는 의미로 발음하려면 [정 적인]으로 어절을 띄어 발음해야 한다.
[동적인]의 발음도 마찬가지다. 의미가 '動的'일 때는 이를 [동 적인]으로 띄어 발음해야 '動的'이라는 의미가 전달된다. 이와 다르게 붙여서 발음할 때는 [동쩍인]으로 발음해야 같은 의미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사이시옷과 띄어읽기 관련 어문정책 당국에 대한 제안을 끝으로 수기를 끝맺고자 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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