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흔하디흔한 것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었다
국화와 비슷하게 생긴
홑겹의 하얀 꽃잎은 어린 시절
길가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모습이었지만
이름은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았다
심심한 아이는 줄기를 꺾어
하얀 꽃잎은 떼어내고 가운데 솟아오른
동그란 노란 수술을 손톱으로 꾹꾹 누르다가 이내
길가에 다시 내던져버린 그것에도
구절초라는 이름이 있었음을 그때 알았더라면
바라보는 눈길에 조금은 더 사랑을 두지 않았을까
아니다
그 시절에 이름을 알았더라면
그 이름마저도 하찮게 버렸을 것이다
심심한 어린 시절
이름조차도 심심했을 테니까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피어날 뿐
더는 눈앞에 보이지 않으므로
먼 훗날에서야 알게 된
그 이름조차 정겹게 다가온다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낸 첫사랑이
혹은, 가슴속에서 꺼내보지도 못한 옛사랑이
훗날 오래도록 마음속에 아른거리는 것처럼
자란 김석기
<계간진해 2009 겨울호>
*^*^*^*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들꽃으로서
들국화 또는 소국(小菊)으로 불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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