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詩, 수필)

생명

신타나몽해 2005. 10. 5. 22:05

                     생명

 


먹고 마시는 것 중에 생명 아닌 것이 없습니다.
물조차도
그 자체로서는 생명이 아닐지라도 물속에는
보이지 않을 뿐 많은 생명이 살고 있습니다.

 

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다른 생명을 먹고 마심은
생명을 먹고 마시는
참으로 성스러운 일입니다.

 

내가 다른 생명을 먹고 마시는 것처럼
나도 나의 생명을 베풀고자 합니다.
빛을 비추는 하나의 촛불이 되고자 합니다.

 

살아가면서 참는 것은 생명을 베푸는 일이니
다른 사람으로부터 모욕과
업신여김을 받을지라도 이를 참고 견딤은
나와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베푸는 일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생명의 촛불 주위를
명예라는 돌담으로 아름답게 높여 쌓으려 하거나
돈이라는 철벽으로 튼튼하게 두르려 하지 않으며
다만 마음이라는 맑은 유리알로 바람을 막아
생명의 빛을 비추는 것도 베푸는 일입니다.

 

무엇이든 먹고 마실 때에는
내가 먹고 마시는 생명, 그들에 감사하며
누가 나를 욕되게 할지라도 힘껏 참아내고
나의 생명의 빛을 명예와 돈으로 감싸지 않는
생명으로 비추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참는 것도 생명을 베푸는 일이며
생명의 빛을 스스로 가리지 않음 역시
다른 생명에 베푸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자란 김석기

 

 *^*^*^*^*

 

 2006년 1월호 월간 <문학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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