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427

남원 '평화의 소녀상'

남원 '평화의 소녀상' / 김신타 손바닥에 뭔가 들려있어 다가가 보니 누군가 벚꽃 한 가지 올려놓았더군 맞아! 지금이 삼월 말이지 문득 만져보고 싶어져 가녀린 당신 손 잡으며 얼굴 올려다보았지 무표정한 눈동자 먼데 보고 있더군 한참을 바라보더군 살면서 당신 곁을 그토록 지나쳤어도 처음으로 당신 손 잡으며 눈물 쏟았지 이유는 몰라 다만 내가 그랬어 당신 손길이 따스하더군 다음날 다시 찾아가 새 꽃가지 당신 손에 얹어주었지 오늘은 초점이 맞았는지 서 있는 내내 나를 바라보더군 누군가 씌워준 분홍 목도리와 파란 빵모자 맨발에 한 손으로는 치마를 움켜쥐고 있었지 더는 울음도 안 나오는 슬프고도 휑한 눈으로 돌아 가려는데 소녀상 한켠에 새겨진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부치는 시인의 시에 오늘도 그만 눈물이, 동참한 ..

詩-그리고 또 2023.10.18

풍요

풍요 / 김신타 풍요가 있으므로 해서 가난이 있다 풍요가 없는 가난이란 있을 수 없다 바이블에 있는 '마음이 가난한 자'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마음을 뜻한다 다른 이와 비교하는 마음이 아니라 스스로 풍요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풍요는 전체이고 가난은 부분이니 부분이 아니라 전체와 하나가 되라 가난에서 풍요로 향하는 게 아니라 풍요에서 풍요를 향해 가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늘 지금 풍요에 있다 현실이 풍요의 노정 路程이기 때문이다

신작 詩 2023.09.22

무위 無爲가 되라

무위 無爲가 되라 / 김신타 신념에서 확신으로 가지 말고 신념을 지나 무위 無爲로 갈 일이다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확신이 아니라 다를지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무위에 설 일이다 무위에 서 있다고 해서 내면에 있는 신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모든 것을 포용하게 되는 긍정적인 힘을 가지게 될 뿐이다 긍정이라는 게 내 신념을 버리고 타인의 신념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바다나 강이 강물이나 냇물을 품는 것처럼 내 신념 안에 타인의 신념을 품는 것이다 타인의 신념을 배척하는 확신이 아니라 타인의 신념조차 받아들이는 무위가 되는 것 비록 얼마간 시간이 걸릴지라도 받아들임이 바로 내면의 힘이다 평생이라는 시간이 걸릴지라도 받아들임이 곧 나를 찾는 길이다

詩-깨달음 2023.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