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 8

장마비

장마비 / 나신타 끊어질 듯하다가도 끊이지 않는 빗소리 길게 이어질 듯하다가도 어느샌가 개어있는 날씨 처마 밑에 빨래 널었다가 이삼일만에 다시 거둬 방안에서 더 말린다 장마철 빗소리가 제행무상 諸行無常 빗소리 듣는 내가 제법무아 諸法無我 끝날 것 같지 않아도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계속되길 바라는 편안함이든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라는 전염병이든 지금의 나, 항상 恒常 한 것 같아도 변하지 않는 나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받아들이는 나 자신이든 아니면 거부하고 싶은 나 자신이든 나란 없음이면서 있음이다 연기 緣起 하기에 없음일지라도 영원히 연기하기에 있음이기도 한 불생불멸 하는 무형의 있음인 것이다 지루한 장마도 끝이 있으나 장마비는 매년 반복되는 것처럼 순환하는 유형 有形은 끝이 있지만 순..

신작 詩 2023.06.30

소망

소망 / 나신타 나이 들어 가면서 이런 사람 되게 하소서 내 앞에 있는 못생긴 사람과 후줄그레하게 옷을 입은 사람 내 기분을 언짢게 한 사람에게 나마스테! 라고 인사하는 내가 되게 하소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타인을 판단하지 않으며 두려워하지도 않고 비난하지도 않을 수 있는 담대한 내가 되게 하소서 내가 갖게 된 소망을 스스로 이루고자 함이 아니라 이제는 당신에게 맡기고 지켜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내가 되게 하소서 지금 모습이 내가 아닌 아무런 형상이 없으면서도 영원히 지금 여기 존재하는 그가 바로 나임을 아는 그러한 내가 되게 하소서

신작 詩 2023.06.24

포도와 우주

포도와 우주 / 나신타 깨알보다 작은 포도송이 봄철 지나 한여름 뜨거움 아래 알알이 성장한 모습으로 어디에서 온 것일까 지난가을 텅 비었던 가지마다 산산이 부서진 이슬로 맺힌 저 작은 푸른 빛 알갱이 나무에 포도의 우주가 들어있다 아무것도 없음에서 시작하여 모래처럼 작은 알갱이를 거쳐 단단한 씨앗이 담긴 포도알까지 없음에서 생겨난 포도송이 생각과 말씀의 봄 여름 지나 내 안에, 현실처럼 밀려오는 창조의 씨앗과 결실의 열매

신작 詩 2023.06.22

사별

사별 / 나신타 내가 겪어본 바는 아니지만 옆에서 지켜본 적은 있습니다 오래도록 서로 등을 기대던 사이 먼저 간 그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가 간 길을 따라가고 싶기도 한 울퉁불퉁한 마음은 우울로 이어져 아파트 창가를 서성인 적 몇 번입니다 그래도 사람의 일인지라 태양도 돌고 지구도 도는 세상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낳습니다 혼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어둠조차, 흐르는 세월에 씻기어 웃음꽃이 다시 피어나는 봄날 언젠가 그날이 오늘일 것입니다

신작 詩 2023.06.21

인간 영혼의 목표는 그 모든 것을 체험하는 것이다

◁ 인간 영혼의 목표는 그 모든 것을 체험하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될 수 있도록▷ 영혼이 추구하는 것은 네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고귀한 사랑의 느낌이다. 바로 이것이 영혼의 바람이다. 바로 이것이 영혼의 목표다. 영혼은 그 느낌을 추구한다. 지식이 아니라 느낌을. 지식은 이미 갖고 있지만, 지식은 개념에 불과하다. 느낌은 체험이다. 영혼은 자신을 느끼고자 하며, 직접 체험하여 자신을 알고자 한다. 가장 고귀한 느낌이란 '존재 전체'와 하나가 되는 체험이다. 이러한 체험은 영혼이 갈망하는, 진리로의 위대한 복귀다. 이것이 완벽한 사랑의 느낌이다. 완벽한 사랑이란 완벽한 흰빛이 일반 빛깔에 대해 어떤 관계인지 느끼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흰빛을 아무 빛깔도 없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

당신의 품

당신의 품 / 김신타 나를 버리겠나이다 내가 옳다는 또는 내가 옳지 않다는 내 생각이 맞다는 내 생각이 맞지 않다는 내 주장을 버리겠나이다 나를 맡기겠나이다 내 생각과 내 주장이 옳다는 내 안에 있는 믿음을 버리겠나이다 당신의 품에 나를 맡기겠나이다 내 믿음이 아니라 당신의 말씀을 택하겠나이다 내 선택을 버리겠나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쌓아온 살아오면서 고르고 고른 내 선택과 믿음을 버리겠나이다 내 생각과 믿음을 버리고 당신의 말씀을 따르겠나이다 어둠에 물든 별빛처럼 내 안에 스며드는 당신의 말씀 당신을 받아들이겠나이다 내가 쌓아온 생각과 믿음이 아닌 바람처럼 스치는 당신의 말씀을 내 안에서 받아들이겠나이다 내 생각과 믿음 버린다고 해서 내가 없어지는 게 아니며 외려 당신과 하나 되는 길입니다 당신과 하나가 ..

詩-깨달음 202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