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6 2

오래된 기억

오래된 기억 / 김신타 신작로를 향해 난 안방 문 열었다 닫으면 그야말로 황소 같은 겨울바람이 따라 들어왔다 엄마는 장사 때문에 늦게 오시고 초등학교 삼 학년이었을 누나가 구멍 난 내 양말을 기워주었다 한 살 터울인 나를 위해 뒤꿈치에 얇은 스펀지를 대고 뒤꿈치 구멍에 스펀지를 대는 것은 내 생각에도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매우 따뜻할 것 같았다 이튿날 학교 갔다 오니 스펀지 자국만 남았을 뿐 다시 구멍 난 양말을 보시고는 엄마는 누나를 야단치셨다 문득 떠오른 오래된 기억 칠십 줄에 들어선 누나 오래전 돌아가신 어머니 어린 누나를 사랑으로 품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원망보다는 그 시절의 어머니를 이젠 내가 사랑으로 품어 안아야겠다 어린 시절 내 어머니보다 삼십 년쯤 더 산 내가 말이다

신작 詩 2024.10.26

개체의식이 환상이다

개체의식이 환상이다 '분리된 나' 즉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내가 있다는 개체의식이 환상인 거지, 우리가 보통 나라고 믿는 몸과 마음이 환상인 것은 아니다. 물론 나라는 존재는, 몸 또는 마음이 아니라 의식일 뿐이다. 그런데 물리적으로 몸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만, 의식 안에서는 분리된 나 또는 독립된 나라는 게 없다. 그래서 무아 無我인 것이다. 의식에 있어서 개체의식이란 환상이며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전체 의식 속에 스며들어 있는 개체인 동시에 전체이다. '개체인 동시에 전체'라는 말은 비유하여 설명하자면 이렇다. 한강 물이 서해로 흘러 들어가 바닷물이 되면, 강물인 동시에 바닷물이 되는 것이지 한강 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한강 물이 따로 있고 바닷물이 따로 있는 것도..

깨달음의 서 2024.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