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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일 뿐 대답이 아닌

질문일 뿐 대답이 아닌 노벨문학상 받은 소설가는 말했다 자신은 소설을 쓰면서 대답이 아닌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개체이자 대상인 우리는 질문할 수 있을 뿐 스스로 대답하지 못하며 벗을 줄 아는 것은 옷뿐이고 내면에서 굴레를 벗기는커녕 굴레를 쓰고 있는 자신을 보지도 못한다 그런데 우리는 대답이 듣고 싶다 그래서 질문을 하는 것이고 그러나 우리는 대답을 듣지 못한다 전체가 아닌 개체에게서는 주체가 아닌 대상에게서는 내면에서 질문을 하고 진정으로 대답을 기다릴 때 전체이자 주체인 무형의 내가 개체이자 대상인 유형의 내게 대답한다 밖이 아닌 안에서 묻고 안에서 대답을 듣는 것이다 내가 나한테 묻고 나한테서 대답을 듣는 것이다 개체에서 벗어날 때 전체가 되는 것이고 대상에서 벗어날 때 주체가 되는 것인데 우리는 ..

잠언 2024.10.12

전체 (절대. 근원. 순수. 본래)란?

전체 (절대. 근원. 순수. 본래)란? 전체 (절대. 근원. 순수. 본래)란 분리된 나를 벗어난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 '분리된 작은 나'가 아닌 '큰 나'라거나 또는 전체이거나 절대 등을 머릿속으로 상정한다면, 그것 역시 전체가 아닌 또 다른 대상이자 부분일 뿐이다. 아무리 큰 우주 전체를 상정한다고 해도 그것은 전체이거나 절대, 근원, 순수, 본래가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전체란 커다란 무엇이 아니라, '작은 나'에서 벗어난 상태를 뜻한다. 우리가 생각으로 아무리 큰 것을 떠올릴지라도 그것은 한계와 제한을 갖게 된다. 그래서 전체라는 건 '큰 나'가 아니라, 단지 '작은 나'에서 벗어난 상태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몸과 함께하는 '작은 나' 또는 '개체로서의 나'란, 우리의 내면에 존재..

깨달음의 서 2024.10.12

무엇이 깨닫는가?

무엇이 깨닫는가? 자신이 무엇인지를 무엇이 깨닫는가? 영혼이 깨닫는다. 영혼이란 씨앗주머니 속에 든 씨앗과 같다. 여기서 씨앗주머니란 망각을 뜻한다. 즉 영혼은 몸 안으로 들어오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망각하게 된다. 그런데 가을날 바람만 살짝 불어도 씨앗주머니가 터지듯이, 현상계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 하나에도 망각이 터져 점차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다만 씨앗주머니처럼 한꺼번에 터지는 게 아니라, 천천히 하나씩 망각이 깨지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깨닫는 게 바로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무엇인지를 깨닫는 일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깨달음이라는 단어는,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석가모니는 내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역설적으로 무아 無我라고 말씀했다. 대상과는 달리 ..

깨달음의 서 2024.10.12

위빠사나 명상이란...

위빠사나 명상이란...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즉 타인의 일처럼 다만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위빠사나 명상에서 강조하는 '있는 그대로 본다'는 말의 의미이다. 추위와 더위를 예로 들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춥다 - 덥다'라는 감각과, 추위 또는 더위에 대하여 마음에서 일어나는 '싫다 - 좋다'라는 감정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이러한 감각과 감정을 알아챈 다음 아무런 행동 없이 다만, 그것을 지켜보는 과정을 일정 시간 지속하는 것을 위빠사나 명상 내지 수행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위빠사나 명상의 목적은 무엇일까? 더운 여름날 모기가 물어도 손으로 내쫓지 않고 그냥 참고 앉아 있지만, 참을성을 기르는 게 위..

홧김에 서방질한다고

홧김에 서방질한다고 / 김신타 산수유꽃 하염없이 피던 봄날 지인 집에서 맛본 하이볼 한잔 모처럼 전화하고 약속까지 해 햇살 가득한 가을 아침 시내버스 타고 허위허위 갔으나 사정이 생겨 일정을 미룬다는 카톡만 있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되돌아와 떨어졌다는 말에 사 들고 간 토닉워터는 어차피 있기에 동네 마트에서 위스키를 샀다 홧김에 서방질한다고 하이볼 만드는 법은 인터넷으로 다시 검색해 지금 마시고 있는 중이다 혀끝의 감촉은 아니라고 하지만 한편에서는 속삭인다 기분 좋은 게 더 좋은 거라고

신작 詩 2024.10.12

전화위복 轉禍爲福

전화위복 轉禍爲福 / 김신타 시간 맞춰 헐레벌떡 탄 시군 경계를 넘는 시내버스 감사하면서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 카톡을 본다 약속했던 사람으로부터 장염 때문에 내일 보자는 내용이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까 말까 하다가 일단 그냥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손님은 몇 명 없었지만 그래도 버스 안이라 통화하기 미안해 참고 기다리다가 목적지에 내려 전화했더니 받지를 않는다 장염이면 전화도 받지 못하는 건지 그제서야 버스를 놓쳤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는 버스가 이미 지나갔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었는데 출발지 버스정류장으로 되돌아와 조금 전까지의 일을 돌이켜보니 그래서 새옹지마인가 보다 닥친 일에 무조건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다져보는 하루이다 그것이 늦잠 때문에 카톡을 일찍 보지 못하는 것..

신작 詩 2024.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