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씨앗 김석기 처음일까? 끝일까? 여는 싹? 맺는 열매? 원인이 결과가 되고 결과가 원인이 되듯 씨앗도 결실도 없다 결실을 씨앗이라 부르며 씨앗을 결실이라 부를 뿐이다 나무의 기쁨과 고통을 느껴 보고자 꽃과 열매에 머무르지 않고 나무가 되고자 하는 씨앗 처음이 마지막이고 끝이 시작이다 꽃 피고 열매 열리는 것은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것이며 열림이, 열림인 줄 미처 몰랐을 뿐이다 詩-깨달음 2012.11.07
앳된 하늘 앳된 하늘 김석기 지금은 내가 그대 앞에서 부끄럽지만 그대 두고 떠날 때는 결코 부끄럽지 않은 영혼입니다 몸과 함께할 때 부끄러워도 영혼과 함께하는 나 무엇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한편 생각하면 창피해도 나 부끄럽지 않은 삶 살아갑니다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하다면 내 생각 고치려고 애쓰지만 정이나 안 되면 차라리 삶의 방편을 바꾸고자 합니다 그런대로 살아가 집디다 옆을 돌아보면 사는 게 초라하지만 영혼을 알게 된 마음은 무엇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눈물처럼 소나기 쏟아지면 하늘은 더욱 앳된 모습이며 우리는 모두 하나이니까요 詩-깨달음 2012.10.31
비겁한 사람들 비겁한 사람들 김석기 타인의 의지 무시한 채 살인을 저지르고는 자신은 제 욕심대로 살고자 하는 사람처럼 비겁한 마음은 없다 스스로 목숨 끊는 사람 비난하면서도 자살을 결행한 가슴 헤아려보지 않는 사람처럼 비겁한 가슴은 없다 죽음 뒤에 영생이 있다고 외치면서도 삶은 단 한 번뿐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여 영원한 생명이 어찌 삶이 아닌 죽음이란 말인가 영원과 순간이 하나이며 삶과 죽음이 하나이거늘 제 죽음이 두려우면 남의 생명을 해치지 말 일이며 스스로 죽는 일이 두려우면 남의 결단을 비난하지는 말 일이다 詩-깨달음 2012.10.31
그대는 나의 거울 그대는 나의 거울 김석기 내가 그대 모습 비추는 거울이듯 그대 또한 내 앞에 선 거울이다 마주 보고 서로 웃지 못한다면 어찌 우리가 하나 될 수 있으랴 그대는 나의 거울 나는 그대의 거울인 것을 詩-깨달음 2012.10.11
그가 나다 그가 나다 김석기 나는 그가 아니나 그는 나다 나는 나고, 그는 남이 아니라 내가 나고 그가 나이며 모두가 나다 나는 그가 아니다, 라는 말은 그와 내가 다르다는 게 아니라 그가 먼저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지 않음이며 그를 보고 배워 내가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함이며 그에게 마음으로 내가 먼저 다가가고자 함이다 그가 나다, 라는 말은 몸이 아니라 영혼으로 그와 내가 하나라는 것이며 그의 우주와 내 우주가 하나라는 것이고 그의 사랑과 내 사랑이 하나라는 것이다 詩-깨달음 2012.09.23
선물 선물 김석기 나를 위하거나 남을 위한다는 구분은 있을 수 없다 모든 것은 나를 위한 것이며 나를 위하는 것이다 심지어 우주와 우주의 자연법칙까지도 모든 일이 나를 위한 나에 대한 신의 선물이다 사랑의 기쁨은 물론이고 두려움의 고통마저도 그리고 내가 죽인 바퀴벌레의 죽음까지도 詩-깨달음 2012.09.17
바람의 자유 바람의 자유 김석기 설산을 지나 사막으로 순례자들이 찾아 나서는, 흔들리지 않는 진실은 고장 난 시계 속 시간 진실도 진실 아닌 것도 없으며 어떠한 것도 진실이 될 수 있음을 알 때 그때 비로소 우리는 이미 바람의 자유를 날고 있다 詩-깨달음 2011.05.19
신神의 품으로 신神의 품으로 김석기 신의 품에서 나와 신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무에 두려우랴 어버이 손길 떠나 살다 오랜만에 찾아뵙는 반가움이나 나이가 들어 어릴 적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쁨과 무엇이 다르랴 두려워 마라! 두려워 마라! 우리가 바라는 일이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언.. 詩-깨달음 2010.09.19
사랑이기나 한 걸까 사랑이기나 한 걸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때문이거나 자신과 다른 사람, 다시 말해 존재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거나 신으로부터 받게 될 보상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면 그게 과연 사랑이기나 한 걸까? 자란 김석기 2010년 4월 詩-깨달음 2010.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