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귀가 진해 군항제 벚꽃 잔치가 끝난 다음날 늦은 시간 은박 풍선을 잔뜩 짊어진 할머니가 어둡게 칠해져 있는 길모퉁이를 돌고 있다 새로운 집주인, 밤이 들어오자 온통 까맣게 칠해 놓고는 제 집 마당에서 나가라며 말없이 등을 떠밀고 사월 초순의 무정한 밤바람이 쫓기는 발걸음에 자꾸만 시비를 건다 옷깃을 여미며 손에 쥔 끈을 모아 쥐고는 파장 손님이라도 있을까 하여 둘러보지만 아무도 할머니를 쳐다보고 있지 않다 어둠만이 차가운 눈초리로 조용하다 들고 다니기 쉬울 것 같아 시작한 풍선 장사인데 벚꽃 잔치 끝나도록 동심童心으로 떠난 놈은 몇몇 남은 녀석들 이제 다리를 짓누르고 밤의 땅 끄트머리에 세 들어 있는 집 할머니의 지친 발걸음으로 찾아가기엔 아직도 멀다 김석기 2005